'금강은 흘러야 한다'염원의 발걸음이 현실로
'금강은 흘러야 한다'염원의 발걸음이 현실로
  • 박문희
  • 승인 2013.10.25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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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문희
안개가 뿌옇게 만발해 있는 월요일 아침, 모두가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때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한 곳에 모였다.

금강의 해수유통을 바라는 50여명의 사람들이 2박 3일간의 도보순례를 떠날 채비를 마쳤다.
서천조류생태전시관에서 출발하여 부여백제보까지 걸으며 금강해수유통의 필요성을 알리고 촉구결의를 다지는 뜻 깊은 자리였다.

나소열 서천 군수를 비롯하여 80세 할아버지까지 모든 일정을 참여하며 굳은 결의를 보여주었다.
나는 가장 어린 참가자로 기수와 체조 담당을 맡았다. 출발하기 전 나의 구호에 맞춰 몸풀기 체조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활기가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저 활기가 얼마나 갈까라는 생각도 했다.
하루에 30km씩 걷는 강행군속에서 힘들어 하는 사람, 불평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기수로서 가장 앞장서서 걷던 나는 점점 뒤처지기 시작했다.

아주머니들과 어르신들이 얼마나 빠르게 잘 걸으시던지 뒤쫓아 가는 것도 버거울 지경이었다.
특히, 최고령 참가자이신 장항에 사시는 80세 할아버지께서는 연신 파이팅을 외치시며 항상 선두에서 걸으셔서 20대인 나를 민망하게 만드셨다.

행사의 주관을 맡은 푸른서천21의 사무국장도 예상보다 훨씬 빠른 걸음속도에 일정이 당겨져 적잖이 당황해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자꾸 뒤처지던 나는 기수에서 짤렸다.
앞장서 걷던 사람에게 깃발이 넘어갔고, 나는 후방에서 아름다운 금강변을 즐기기로 했다.

코스모스와 갈대들이 연신 인사해대는 금강변의 자전거도로는 걷기에도 정말 최적이었다.

금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키고 싶다며 3일의 연휴를 쓰고 참여하신 한 아주머니는 걷는 내내 탁 트인 광경에 속이 뻥 뚫린다고 계속 웃으셨다.

보령에서 오신 분, 익산에서 후발대로 참여하신 분 등 충남 각지에서 충청의 젖줄 금강의 해수유통을 기원하는 많은 분들이 힘차게 걸으셨다.
그런 염원들을 하늘도 알았는지 걷는 3일 내내 날씨가 맑고 쾌청했다.

산들 가을바람이 등 떠밀어주고 풀내음 강내음이 코를 스치는 순례길은 모든 고민을 잊게 해주었다.
또한 4km마다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어 편리했다.

순례단의 앞에서 서천군청 직원 두 분이 자전거로 길 안내를 맡고, 뒤에는 서천군보건소 의료차량과 각 방송사 취재차량 그리고 여러 물자를 실은 생태여행사 너나드리의 차량이 따르고 있었다.

중간중간 쉬는 곳에서 제공되는 간식은 꿀맛이었다.
서천군과 푸른서천21, 그리고 금강해수유통추진단이 많은 답사와 준비를 하였다는 것이 느껴졌다.

서천의 향토사학자 유승광 박사는 쉬는 시간마다 주변의 역사와 금강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셨다.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금강의 변천사와 걸어 지나가는 장소의 역사 등을 들으니 더 뜻깊었다.

또한 순례 일정에 금강해수유통과 관련하여 대학교 교수들과 갖는 좌담회 및 세미나는 좀 더 이론적으로 금강해수유통 문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참여한 사람들의 열정은 힘찬 걸음뿐만 아니라 세미나 시간에도 이어졌다.
너무도 진지한 청강 자세와 쏟아지는 질문세례는 앞에 선 대학교수를 적잖이 당황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사람이 평균 한 시간에 4km를 걷는다는데 한 시간에 6km를 걷는 열정들이니 오죽하겠는가.
첫날 저녁 세미나를 마치고 뒤풀이가 펼쳐졌는데 같은 생각으로 모인 사람들이라 그런지 말도 잘 통하고 술도 맛있었다. 아쉽지만 일찍 파하고 잠자리를 청했다.

2일차는 첫날보다 10km 이상 더 걸어야해서 강행군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또한 날씨가 쾌청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아래 사람들의 발걸음을 더욱 가벼워보였다.
강경을 거쳐 가면서 그 곳 사람들에게 홍보책자를 나눠주면서 이야기를 했더니 전부 금강은 흘러야한다고 말씀들을 하셨다.

고인 물은 썩는 법이라면서 당연히 흐르도록 내비둬야 한다면서 열변을 토하시는 어르신도 계셨다.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런 이치다.

강은 원래 흐르는 것이다.
사람도 혈관이 막혀 피가 흐르지 못하면 병에 걸린다. 자연이라고 다르겠는가. 우리는 그런 지극히 당연한 강의 모습을 되돌려달라는 뜻으로 모인 것이었다. 당연한 발걸음이라 그런지 막힘없이 당당하고 힘찼다.
아침 8시부터 해질때까지 35km를 걷는 내내 지친내색을 보이는 사람 하나 없었다.
같이 참여한 친구는 뒤꿈치가 까져서 피가 났음에도 모를 정도로 즐거운 걸음이었다고 했다.

3일차에는 부여에서 백제보까지 걸으며 사람들에게 홍보했다. 부여사람들 또한 다를 것이 없었다.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다. 원래 것이 좋은 것이란다. 순례단 뒤를 급하게 뛰어오면서 고생하신다고 음료를 건내주시던 아주머니의 마음도 우리와 같은 것이다.

백제보에 도착하여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모두들 더 걷고 싶어 했다. 자원하여 참여한 사람들이라 모든 일정을 즐길 수 있었던 듯하다.

이 사람들의 염원이, 발걸음이 헛되지 않길 바란다. 하루빨리 본래의 금강, 흐르는 금강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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