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들의 침묵
이번 서천철새여행이 취소되면서 그럼 매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숙제로 남게 됐다. 조류독감이 유행하지 않는 해에만 철새프로그램을 할 것인지,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지가 과제다.서천군이 철새들에게 아주 중요한 서식지라는 건 예전보다 인식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도 초기만 해도 ‘철새가 밥 먹여주냐’는 인식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새를 보기위해 우리지역을 찾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이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오히려 우리지역 주민들보다 다른 지역 국내외에서 금강하구에 대한 생태적 중요성을 더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문제는 자의든 타의든 철새에 대한 보호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가 왔고 적극적으로 할 것인지 소극적으로 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해야 할 일들이 많기는 하지만 몇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첫 번째 노력해야 할 부분은 철새서식환경 개선이다. 좀 더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금강하구에 찾아오는 겨울철새의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고, 특히 종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이다. 잠수성 오리류에서 그 변화는 더 심한 것으로 보인다.
겨울철새로만 보자면 원인은 번식지(북쪽)에서의 환경변화 요인으로 지속적인 번식률 저하일 수도 있고 월동지의 문제(먹이원 부족, 밀렵, 서식지 파괴 등)일 가능성이 크다.
서천에서만 보자면 철새들의 서식환경이 점차 좋아지지 않고 있다. 오리기러기류의 대표적이 먹이가 볍씨인데 낙곡률이 저하하고 있고 볏짚 속 낙곡은 눈이 오거나 기온이 낮을 때 겨울철새들에게 절대적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료용 사일리지로 이용되고 있어 겨울철새들에게 심각한 먹이부족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또 하나는 인간의 간섭을 들 수 있다. 금강하굿둑 주변은 전봇대, 전선, 불빛, 차량, 각종 레져활동(요트, 패러글라이딩 등)으로 철새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먹이원 부족과 함께 각종 인간의 간섭이 지속될 경우 번식지로(북쪽)의 이동중 체지방(에너지원) 부족으로 죽거나 면역력이 떨어지게 된다.
겨울철 새들에게 지속되는 열손실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겨울철새들의 서식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최소한 공통되는 답은 얻을 수 있다. 금강하구 기수역 복원에 대한 검토, 안전한 휴식처와 먹이원 제공(현재의 생물다양성관리계약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장애물에 대한 개선, 차량통제, 인간간섭 등에 중점을 두고 함께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
두 번째 준비해야할 과제는 지역주민 교육이다. 초보자가 새를 관찰하는 데는 적어도 2-3년은 열심히 보고 배워야 저게 뭔 새인지 구분할 수 있다. 특히 새들은 이동을 하기 때문에 일년 중 특정 시기에만 관찰할 수 있는 한계가 있어 배우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더 추가되어야 할 부분이 지역의 역사문화 교육이다. 생태와 문화는 별개의 관계가 아니라 함께 공진화 해왔다. 지역의 다양한 문화적 요소와 결합되어야 생태적으로 문화를 보고 생태문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마무리를 하면서, 철새자원(사실 나는 생태자원이란 얘길 싫어한다)을 활용한 경제활성화란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보전과 경제의 조화와 지속가능성을 얘기하지만 말대로 그렇게 쉬운 얘기는 아니다. 궁극의 목적은 항상 경제 내지는 정치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돈이 되니까 보전하자’, ‘장사를 해 보자’라는 얘기는 일면 타당할 수도 있고 대부분의 행정정책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보전도 하면서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게 가는 게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앞서 생태라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지역의 사회단체와 행정, 주민이 함께 그것도 지속적으로 높이는 행동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런 지역문화가 만들어져야 지속가능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습지보호지역 지정 확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모양이다. 나는 이게 우리의 의식수준을 말해 주고 있지 않나 싶다.
지금은 환경과 개발이 공존해야 하는 시기라고들 한다. 그러나 나는 이 생각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통섭’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윌슨은 현재를 ‘병목’의 시대라고 했다. 성장을 뒷받침 해 줄 수 있는 지구능력의 한계를 우리는 너무 늦게 깨닫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