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은 쪽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 스승에게 배운 제자의 학문이나 실력이 스승보다 더 나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실학의 선두주자였던 다산 정약용의 아끼는 마음으로 제자 황상이 빛을 발하였고, 설리번 선생의 마음으로 가르치는 정성이 있었기에 헬렌켈러가 있었다.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를 정복하여 최초의 제국을 설립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을, 그는 또 플라톤에게서 배움을, 그는 또 소크라테스의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승보다 더 뛰어난 업적과 훌륭한 발자취를 남기는 제자들이 육성되지만, 뛰어나고 훌륭한 스승이 없다면 자신보다 더 나을 사람을 발견하고 양육하는 것이 가능했을까?
야신(野神)으로 알려진 김성근 감독은 자신보다 더 뛰어난 제자를 배출하기보다, 그 제자의 1%의 가능성을 보고 ‘그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데 40년 감독생활을 바쳤다.
감독이라는 리더의 입장에서 많은 선수들의 스승이 되었던 그는 단 한사람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종심(從心)이 넘은 때에도 밤을 새서 선수들의 경기를 분석하고, 그들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잠자리 눈으로 휴일 없이 밤낮을 보냈다.
김성근 감독이 지나간 자리에는 풀도 안자란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지만, 그의 놀라운 통찰력과 지도 덕분에 1군에 자리한 선수들로 훌륭한 리더십이 평가되고 있다.
스승에게 보인 제자의 1%는 제자 고유의 것으로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켜 스승에서 훌륭한 리더로 성장하게 만든다. 1%가 99%를 바꿀 수 있다면, 훌륭한 리더가 되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다는 일은 실로 엄청난 일이다.
어떻게 보면 업그레이드 된 스승의 복제와 같은 제자를 만들어 내는 것도 훌륭하지만, 제2의 정약용, 제2의 소크라테스가 아닌 황상, 알렉산드로스를 발견하여 제1의 ‘그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더 어렵고도 훌륭한 일이 아닐까 싶다.
사람의 겉모습을 보는 것(見)에서 그치지 않고, 가능성을 알기 위해 관찰하고(觀), 더 나아가 진짜 가치를 알아보고(診) 역량을 키워주는 것, 그것이 진짜(診者)로 훌륭한 스승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