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은 우리 민족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것을 축하하는 동시에, 해방되지마자 다시 외세에 의해 분단이 되어버린 우리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통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하지만 올해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400줄에 달하는 경축사 중 남북문제와 한일문제를 다룬 부분은 고작 30여줄에 불과했고, 그나마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정책제안과 최근 한일관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독도문제에 대한 언급조차 빠져있었다.
담아야 할 말을 빼 버리고, 본질적 문제를 회피해버린 이번 8.15경축사는 국어수업시간에 수학문제만 풀어준 꼴이 되어 버렸다.
최근 몇 년간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7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남북 비핵화회담과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한반도 정세가 대치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국민적 기대와 달리 근본적 대북정책 전환에 대한 언급도 없이 “도발을 통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기존 대북강경정책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경축사에서 밝힌 ‘어린이와 자연재해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5.24 대북제재조치를 해제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진정성 없는 생색내기에 그칠 뿐이다.
“지난 60년 동안 남북은 대결의 시대에 살아왔습니다. 이제 그 시대를 뛰어넘어 ‘평화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는 말도 6.15선언이 발표되기 이전에나 어울릴법한 표현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 2000년 6.15공동선언을 통해 대결을 시대를 살아오다 평화와 협력의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다시 대결의 시대로 회귀시킨 것은 현 정부의 비핵개방 3000 등 반북대결정책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경축사에서 공생발전을 강조했다. 하지만 공생발전은 한반도 평화안정이 보장될 때 가능한 것이다.
현재 필요한 것은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미사어구가 아니라, 진정성을 담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북정책 전환을 위한 행동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내에 남북관계를 개선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식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내몬 5.24 대북제재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
또한 8월 16일부터 시작한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북을 자극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협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중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