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토리=박귀성 기자)정부의 임시공휴일 지정을 상공회의소가 건의하면서 임시공휴일은 내달 6일로 5일과 7일 사이 넣어 연휴를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임시공휴일 지정을 주도한 대한상공회의소는 내수진작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일각에선 임시공휴일을 지정까지 해가며 내수를 진작해야 하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던 작년 8월14일의 경우도 임시공휴일 지정 이유는 내수진작이었다. 당시에 국가 기관과 공기업은 당연히 임시공휴일의 즐거움을 만끽했고 대기업들 역시 속속 임시공휴일 취지에 동참하면서 내수는 ‘빤짝’ 활성화됐다. 하지만 임시공휴일이 지정되면 더욱 우울해지는 우리사회 ‘임시공휴일 소외계층’ 역시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즉, 이들 임시공휴일 소외계층에겐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이루어진 ‘연휴’가 달갑지 않고도, 심지어 우울하기까지 하다. 임시공휴일 소외계층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우리사회 흙수저 계층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는 들어맞을 것이다.
지난 2월 선거관리위원회에 정당 등록을 정식으로 마친 흙수저당 손솔 대표는 지난 설날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설 연휴에 남들이 귀향의 기대감으로 부풀어 오른 마음으로 연휴기간 즐겁게 여행길에 오를 때, 우리 흙수저들은 돈 몇 푼을 더 벌기 위해 편의점 알바를 하며 삼각김밥을 먹어야 하는 현실이 대한민국 흙수저들의 일상”이라고 성토한 바 있다.임시공휴일이 이들에겐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셈이다. 기대치 않던 사흘 연휴 기대감에 직장인들은 여행계획을 짜는 등 임시공휴일 지정을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여의도 소재 한 대기업 기획실에서 근무하는 권모(남 37세)씨는 “이번에 임시공휴일이 지정된다면 두 아이하고 속초나 제주도에서 가족동반 연휴를 즐길 예정”이라고 즐거워했다. 서울 서초구청에서 근무하는 이모씨(여 32세) 역시 “뜻밖의 임시공휴일로 인해 연휴가 되면 친구들과 봄철 설악산 풍경을 보러갈 계획”이라면서 “대학 산악동아리 동문들하고 계획 중인데 일인당 회비 형식으로 25만원씩 갹출해서 설악산도 올라가고 스파도 즐기면서 속초 앞바다에도 나가볼 생각”이라고, 임시공휴일 지정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반면, 건설현장 일용직의 경우엔 사정이 다르다. 현장 배관 설비공으로 일하고 있는 임모씨(52세)는 “우리 같은 사람들 정부에서 신경이나 쓰는 줄 아세요? 일당쟁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임시공휴일 지정되면 수입이 외려 없는 거죠. 연휴는 문슨 연휴고, 여행은 무슨 여행”이라고 시큰둥했다.
편의점에서 시급 ‘알바’로 일하는 최모씨(26세)는 임시공휴일에 대해 “시급 6천5백원을 받는다. 군대 제대 후 복학하려면 등록금이 만만치 않은데, 제작년부터 어머니께서 암으로 투병 중이라 내가 벌어서 내가 학교를 가야하는 형편”이라면서 “차라리 이런 임시공휴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우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부천 지역 관공서와 기업에 식자재 납품사업을 하는 하모씨(48세)는 임시공휴일에 대해 “연휴가 길면 길수록 사업에 타격을 받는다. 겨우 3%-5% 남는 영업인데, 3-4일씩 연휴가 되면 한달 30일, 10%가 넘는 매출 하락이 오기 때문에 재정사정이 더욱 빠듯해질 수 밖에 없다”면서 “더구나 5월은 휴일이 많은 달이라 이번달에 매출 타격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사업상으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밤에만 일을 나온다는 대리운전 기사 하모씨(58세)는 “임시공휴일 되면 손님이 전혀 없다”면서 “일반적으로 고객들이 회사 끝나고 회식이나 모임에서 한잔 걸치고 우리같은 대리기사를 부르는데, 서울 시내가 텅비는 날 무슨 고객이 있겠냐?”고 임시공휴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시민사회단체와 사회분야 전문가들은 “우리사회 각 분야에서 임시공휴일이 달갑지만은 않은 계층은 적지 않다”면서 “정부는 이번 5월6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기에 앞서 국민 모두가 고루 임시공휴일의 즐거움을 누리며 마음 편히 휴식할 수 있도록 배려함과 동시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에 매달려야 하는 ‘임시공휴일 소외계층’에 대한 세심한 지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