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토리=박귀성 기자)이재명 성남시장이 단식에 돌입한 최근 날씨도 뜨겁지만, 박근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 철회 목소리는 더 뜨겁다. 이같이 뜨거운 화염 속에 홍윤식 행정자치장관의 ‘측은’ 발언이 기름까지 부어댄 격이 됐다.
이재명 시장은 “박근혜 정부로 인해 지자체는 재정에 4조7천억을 덜어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220개 지자체 재정은 초토화됐다. 중앙정부 교부금이 없으면 살림을 할 수 없는 지자체들이 돼버리고 말았다”면서 “이것도 모자라 융단폭격에서 그나마 살아남은 경기도 소재 6개 도시에 대해 이번엔 정밀 타격을 가해 중앙정부의 재정 통재를 받게 함으로써 ‘대한민국 풀뿌리민주주의를 완전히 말살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지난 7일부터 박근혜 정부가 이를 철회할 때까지를 조건으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염태영 시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만일 이재명 성남시장이 단식으로 쓰러지면 저와 채인석 화성시장이 그 뒤를 잇기로 합의했다”고 밝혀, 사실상 6개 도시 500만 시민이 일제히 들고 일어난 것이고, 이재명 시장은 이같은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이재명 시장 역시 “이렇게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행정자치부 홍윤식 장관은 이재명 성남시장 단식 3일째인 9일 한 언론을 통해 ‘지난 8일자’로 지방재정개혁안을 둘러싼 갈등 관련해 “몇몇 기초자치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추진하겠다. 경기도 시장들이 사실을 왜곡하고 단식농성까지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이재명 성남시장 등 6개 도시 500만 민의를 경솔하게 판단했다.
홍윤식 장관은 이어, 핵심인 중앙정부의 4조7천억 재정부담은 언급조차 없이 “한마디로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는 거다. 잘못된 특례를 바로잡아 부유한 지자체에 쏠린 돈을 가난한 지자체에 골고루 나눠주겠다는 취지”라고 발언했다. 이 또한 잘못된 특례가 무엇인지, 부유한 지자체가 왜 부유해졌는지, 정상적인 지자체는 어디이고, 비정상 지자체는 어디인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알고 싶어 하는 대목들을 모두 빼놓은 것이다.
홍윤식 장관은 이에 더 나아가 “지금처럼 조정교부금과 법인지방소득세가 배분되면 지자체 간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지방재정법에도 지자체 간 형평성을 제고하도록 규정돼 있다”면서 “특히 경기도는 배분 기준 자체가 잘못 설정돼 조정교부금의 33%를 배분받아야 할 6개 시가 52.6%나 가져가고 있다. 이를 바로잡겠다는 거다”라고 말해, 박근혜 정부의 지방제정 책임과 부담은 언급조차 없이, 지자체 저항에만 비난의 화살을 쏟아냈다.
홍윤식 장관은 끝내 “저렇게 농성까지 하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넘어 ‘측은’함까지 느낀다”고 말해, 500만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고 말았다. 500만 국민들에게 ‘측은’이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역대 대통령이나 정부 고위 관료들이 아무리 국민들에게 서운함 마음이 있어도 그 발언 수위는 ‘안타깝다’ 내지 ‘유감’을 넘지 않았던 전례에 비해, 홍윤식 장관이 ‘측은’이라는 발언을 처음으로 사용함으로써 500만 시민들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하필, 홍윤식 행자부 장관의 ‘측은’ 발언이 있던 9일 오전은 공교롭게도 이재명 시장의 성남시민들과 최성 시장의 고양시, 염태영 시장의 수원시 등 6대 도시 500만 시민들을 대표하는 시민사회단체 ‘범국민대책위원회’가 277만여명으로부터 반대 서명을 받아 서울 세종로 광화문 소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77만 시민들의 목소리를 박근혜 정부에 전달하겠다!”면서, 시민들로부터 받은 1톤 트럭 1대 분량의 서명서을 정부에 전달했던 날이다.
이날, 이재명 성남시장의 단식 농성을 격려하기 위해 단식농성장을 찾은 익명을 요구한 ‘국가유공자’(남, 79세)는 “이승만 박정희 때 나라의 애국애족 멸공방첩은 들어봤어도 박근혜가 그것을 잇겠다고 하면서 이렇게 국민들을 안중에도 넣지 않을 줄 몰랐다”면서 “나는 평생을 공화당과 민정당(현 새누리당)만 했는데, 박근혜는 가면 갈수록 (박정희 스타일) 정치는 모르고 겉껍데기만 따라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욕먹이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또한 “국가 연금이 얼마 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으니 절대 이름을 절대 노출하지 말아 달라”면서 “60년 여당만 지지했는데, (노령층이) 살면 얼마나 살겠나?”면서 “대체 박근혜가 우리들을 위해 해준 게 뭐냐. 이젠 지자체까지 뭘 어쩌려는 거냐? 그 속내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높아진 목청을 한껏 높였다.
지난 8일 오후 화성시 시민 강모씨(남, 48세 봉담)는 “평소 존경하던 이재명 성남시장과 우리 채인석 시장님께서 함께 계시다고 해서 광화문 광장까지 온 것”이라면서 “박근혜 정부가 몇몇 시장들 차원의 저항이라고 치부하면 오판이다. 우리 시민들은 지금 현재 11일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고, 시민들의 저항은 다각도로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에서 온 김모씨(여, 42세)는 “지금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을 심각 훼손하면서도, 단지 경기도 6개 도시 일이라고 치부하는 박근혜 정부의 대국민 속이기에 너무나 화가 난다”면서 “특히 오늘 읽은 **일보에 난 홍윤식 행자부장관 발언은 주권 국민을 완전히 무시한 ‘망언’이며, 박근혜 정부가 주권 국민을 어떻게.. 그야말로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아울러 이날 6개 도시 227만명의 반대서명을 정부 행정자치부에 전달한 ‘지방재정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의 한 인사는 “홍윤식 장관의 ‘측은’ 발언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고 국민들이 원하지도 않는 지방재정 죽이는 졸속적인 행정을 강행해놓고, 정권 말기에 그 책임까지도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덮어씌우려 하고 있다”면서 “오는 11일 6개 도시 시민들과 전국 국민들의 성난 목소리가, 지난 20대 총선 민심을 왜곡하고, 그야말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려는 박근혜 정권’을 비참하도록 혼내 줄 것!”이라고 결기를 다졌다.
수원시의회 조명자 의원도 이날 이재명 성남시장 단식농성 천막 옆 칸에서 함께 릴레이 동조단식을 이어가면서, ‘시민들이 홍윤식 장관의 측은이라고 표현한 발언을 망언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묻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최고의 주권은 국민이다. 홍윤식 장관의 ‘측은’ 발언은 주권 국민을 완전히 무시하는 발언이다. 오히려 주권 국민의 언성을 듣지 못하는 홍윤식 행자부 장관과 박근혜 정부가 ‘측은’한 것”이라고, 홍윤식 장관의 발언과 박근혜 정권의 대국민 인식 수준에 대해 맹렬히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