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연례행사
(육아일기) 연례행사
  • 최현옥
  • 승인 2011.12.02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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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옥의 육아일기...41번째 이야기

“아무래도 입원해야 할 것 같네요.”
근심스런 표정의 의사선생님 말씀. 올해는 그냥 지나가나 했다.

역시나 1년에 한번쯤 병원에 입원을 해줘야 상진이지 싶다.
처음에는 열이 심했다가 떨어져서 그냥 지나가나 했더니 아이 몸속에 폐렴 바이러스 중에서도 가장 심한 마이코플라즈마가 들어왔다고 한다.

기침소리가 심상치 않아 폐렴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역시 나다.
아이가 자주 열 감기에 걸리다 보니 이제는 기침소리 만으로도 아이 상태를 가늠하게 된다.
우리 부부가 기침소리 노이로제에 걸릴 만큼 돌 이후부터 극심한 열 감기를 달고 사는 상진이, 그 덕에 이젠 손으로 이마를 짚어보면 대충 온도를 맞출 정도가 됐다.

상진이가 병마와 싸우고 있는 사이, 아정이도 감기에 옮았다.
상진이가 너무 심해 아정이는 소홀히 생각했는데 둘째까지 감기에 걸리고 나니 우리 부부는 녹다운 상태가 됐다.
아정이 에게는 정말 미안한 일이다. 상진이는 그래도 돌 이전까지는 감기에 걸리지 않았는데 아정이는 벌써 세 번째다.

이유식을 시작해서 맛있게 먹기 시작했는데 먹기 싫은 약을 5시간 간격으로 먹이니 아이는 입에 무엇인가만 다가오면 고개를 돌려버린다. 이유식도 물도 안 먹으려고 한다.
열 때문에 하루 종일 보채고 콧물과 눈물이 범벅돼서 몰골이 말이 아니다.

우리 가족은 순간 이산가족이 됐다.
집안은 너무 삭막하고 모든 것이 정지해버린 느낌이다.
상진이가 병원엔 입원한 사이 아정이는 다른 바이러스에 옮을지 몰라 집에서 내가 데리고 있었다.

병원에 낮 동안 아이돌보미 선생님이 있었고 밤에는 남편이 새우잠을 청했다.
아이들에게는 내가 가장 필요한 사람인데 집에 있으면 상진이가 걸리고 병원에 있으면 아정이가 걸리고, 누구 하나 충족해줄 수 없었다.

그래서 집에 있어도 마음이 불안해 아무 일도 잡히지 않는다.

공룡흉내 낸다며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던 아이가 힘없이 주사바늘을 꽂고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병원에 있는 시간동안 가장 힘들었을 상진이,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내가 옆에 없어서 더 미안했다.

상진이는 그저 ‘엄마 보고 싶다. 엄마 온다고 했는데 안 오네….’라고 했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엄마 언제 왔는데?’하고 물으니 ‘어제, 그런데 엄마가 또 온다고 했는데 안 오네….’라고 혼자말만 반복했다고. 그 말을 들으니 더 미안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

그렇게 지루한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5일째 퇴원하던 날, 서천에 첫눈이 내렸다.

2012년을 앞두고 한 살 더 먹는 신고식을 톡톡히 치른 선물을 받았다.
병원에서 나서는 순간 기분이 좋은지 병원 주차장을 뺑뺑뺑 돌며 뛴다. 그 모습을 보니 미소가 지어진다. 아직도 약을 며칠 더 먹어야 하지만 다시 상진이와 아정이 소리로 집안이 살아날 생각을 하니 기쁘다.

악귀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파워레인저와 21세기에 환생한 공룡이 집안을 활보하며 다닐 생각을 하니 그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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