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 부부는 자주 ‘상진아 우리 이야기하게 여기 앉아봐’한다. 그리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말들이 나온다.
어떤 때는 엉뚱한 말을 해서 우리를 빵 터지게 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우문현답을 할 때도 있다. 그동안 아이와 나누었던 이야기 몇 가지를 적어본다.
동네사람 이야?
설거지를 하는데 상진이가 오더니 ‘엄마 이거 동네사람이야?’한다. 고개를 돌려 봤더니 100원짜리 동전이다. ‘어? 아니 너 이런 모자 쓴 사람 본적 있니?’하고 물으니 아이는 ‘응 시장에서 봤는데…’한다. ‘그래, 이런 모자 쓴 사람이 시장에 있었구나!’하고 웃는데 상진이가 ‘엄마, 그리고 나 이거 새(500원짜리 동전) 그려 있는 거 가질게’ 한다.
두유가 좋아? 우유가 좋아?
욕실에서 씻고 있는데 상진이가 아빠 무릎에 앉아서 노래를 부른다.
“슐레둘레 두유(해피버스데이 투유)~ 슐레둘레 두유~(해피버스데이 투유)”
“슐레둘레 두유(해피버스데이 투유)~ 슐레둘레 두유~(해피버스데이 투유)”
노래가 끝나자 아이는 남편에게 ‘아빠 두유가 좋아? 우유가 좋아?’하고 묻는다. 남편이 우유가 좋다고 하자 자기는 두유가 좋다고 한다. 참고로 상진이는 영어로 된 생일축하노래를 어린이집에서 처음 들었다. 혹시 두유 노래로 착각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구름빵 만들어 주세요
어린이집에 갔다 온 아이가 급하게 다가오더니 ‘엄마 구름빵 만들어주세요’ 하면서 조그만 솜 덩어리를 전한다. ‘이거 어디서 났는데?’하고 물으니 어린이집에서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난 조그만 솜 덩어리를 양푼에 넣고 젖는 흉내를 낸 후 오븐에 넣었다 꺼내 ‘여기 구름빵이 완성됐어요’하며 주니까 ‘엄마 구름빵은 그렇게 만드는 게 아니야’ 한다.
그러더니 솜 덩어리를 양푼에 다시 담고 소금, 설탕, 우유를 넣는 흉내를 낸다. 조금 있다가 구름빵이 완성됐다며 솜 덩어리를 나눠준다. 우리는 구름빵을 맛있게 먹었다.
밥 못줘!!!
텔레비전에서 유니세프 광고를 보고 있다가 남편이 ‘상진아 저기 아이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배가 고프데 우리 도와줄까?’하니 아이는 ‘못 도와줘’한다.
남편이 다시 ‘아냐 도와줄 수 있어’하니 아이는 ‘텔레비전 안에 있는데 어떻게 밥을 줘? 당연히 못주지’한다.
‘엄마 나 만두해서 먹으려고 반죽해놨어’해서 미끄럼틀 위를 봤더니 양푼에 풍선을 가득 담아 놨다. 그리고 플라스틱 통 안에 새 두 마리를 넣어 놨다.
‘상진아 그런데 이 새는 뭐야’하고 물으니 ‘응 그거 내가 잡아먹으려고 통에다가 잡아서 넣어 논 거야’한다. ‘그리고 그 옆에 줄 묶어 논 거는 내가 일한거야’ 한다. 우리 부부는 그 말에 또 빵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