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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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영이
  • 승인 2018.03.30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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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성인문해교실 판교면 상좌리 편

꽃샘추위가 아직 기승을 부리는 3월 중순의 이른 아침.

판교면 상좌리 마을회관에 동네 어머님들이 하나, 둘 모이신다. 바로 행복서천 문해교실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구선희 선생님이 오시자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이신 신영이(81세) 반장이 밝고 씩씩한 목소리로 ‘차렷, 선생님께 인사’ 구령을 넣는다. 잠시 안부를 나누고 시작된 수업. 어머님들이 진지하게 선생님의 말을 경청하는 모습에 기자는 잠시 말을 잊는다.

“그 시절 누구나 그렇듯 사는 게 너무 어렵고 맏언니로써 동생 일곱을 돌봐야 했으니 공부는 엄부도 못 냈어요. 나중에 기회가 있으려 나 했는데 모시하랴 살림하랴 때가 안 오더라고요.”

수업이 끝나고 첫 입을 연 신영이 반장은 조심스럽게 배움의 한을 풀어내신다.

그래서 면사무소 같은 공공기관에 가면 이름이라도 쓰라고 할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항상 기가 죽어 살았다고. 버스를 타고 읍내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려면 동네 사람들이 버스에 타는지 안타는지 눈치 보면서 힘들게 살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판교면 상좌리 보건진료소 나정옥 소장님의 소개로 문해교실을 알고 다니기 시작, 벌써 8년째로 현재 학습수준이 4학년 정도라고 한다.

신영이 씨.
신영이 씨.

문맹이라는 것이 창피하고 70평생 ‘책상’이라는 것에 앉아본적도 없어 배운다는 게 너무 두렵고 막막했다는 신영이씨. 지금은 이름도 쓰고 글도 읽을 줄 알아서 어디를 가든 자신감이 생긴다며 밝게 웃으신다.

지난해는 전국 성인문해학습자 편지쓰기 대회에서 구선희 선생님에게 쓴 편지글이 ‘늘배움상까지’ 받는 영광을 안았다며 서천군 문해 학습자 작품모음집인 ‘금빛 희망’을 보여주신다.

이런 신영이씨의 열정에 아드님은 문해교실에 동네 분들하고 편하게 다니시라고 도로 확장공사까지 해주었다고 한다.

또한 매일은 못쓰지만 일기도 쓰시면서 공부를 더욱 매진하고 계신다고. 최근에는 자꾸 기억력이 떨어져 받침이 많이 틀려서 속이 상하시다고 하신다.

그리고 수줍게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몇 자 적었다며 공책을 내미신다. 아직 받침도 잘 안 맞고 문맥도 서툴 지만 우리의 고유어가 그대로 녹아 있어 더욱 정겹게 느껴졌다.

70평생 농사일에 자식들 건사하면서 성한 곳 하나 없는 손으로 한자 한자 적어 내려간 글을 받아보니 송구할 따름이었다.

신영이씨 글을 읽어 내려가며 지난해 상을 받은 편지글 중 ‘선생님 열심히 살다보면 참 좋은 때가 와요.’라는 글귀가 생각났다. 글을 배워 세상과 소통하며 금빛 희망을 찾아가는 신영이씨. 그렇게 열심히 살다보니 좋은 때를 만난 것이다.

2018년 2월 28일의 글.
2018년 2월 28일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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