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학생 김옥순씨

‘꿈꾸다 깜짝 깨어보니’
‘즐거운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찾아가는 문해교실 한산주민자체센터를 찾은 날. 칠판에 적혀있던 받아쓰기 시험 문구이다.
어린시절 ‘여자는 배우면 안 된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학업을 포기했던 김옥순(한산면 지현리·79)씨. 꿈에도 바라던 글을 배울 수 있어 받아쓰기 문구처럼 ‘꿈꾸다 깜짝 놀라 깨어나도 행복함에 웃음꽃이 피어난다.’고 한다.

김씨의 고향은 전북 전주이다. 그녀의 부모님은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학구열에 오빠를 전주 사범대학에 입학시켰다. 그러나 김씨는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에 보내지 않고 타 지역으로 발령 난 삼촌 뒷바라지를 보냈다.
그렇게 정처 없이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김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아버지가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다 낙상으로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김씨의 집안은 가장의 부재로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 갔고 김씨는 전주에 소재한 방직공장을 다니며 가정을 이끌어야 했다.
김씨의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새로운 삶을 꿈꾸며 시작한 결혼생활. 그러나 전주에서의 삶은 여전히 팍팍했고 사촌 언니 소개로 이사 온 한산에서 알콩달콩 가정을 꾸려가던 남편이 젊은 나이에 돌연사 한 것이다. 김씨는 그 후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키우느라 ‘아무 정신없이 살았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자식들이 장성하자 세상 풍파에 흔들리며 살아온 김씨에게도 어느덧 숨 고를 시간이 왔다. 꿈에도 그리던 글을 배우게 된 것이다. 글을 몰라 ‘폭폭 했던’ 그 시간들은 이제 이름도 쓸 수 있고 버스노선도 읽을 수 있는 ‘앎의 기쁨’으로 바뀌었다. 앎의 기쁨은 김씨의 얼굴에 행복한 웃음꽃을 피어내고 있다. 그래서 김옥순씨는 주변 친구들과 앎의 기쁨을 나누고 싶어 문해교실에 함께 나가길 종종 권한다고 한다.
김옥순씨는 “내가 이제 낼 모래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배움에 대한 한을 풀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건강만 허락한다면 언제까지 배우고 싶다”고 늦깎이 학생의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