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뢰 관계가 깨졌다”며 한일 양국 간 정치 외교 갈등이 경제보복으로 이어진지 2주가 흘렀다. 일본이 자국 반도체 핵심소재의 대 한국 수출규제 선언으로 관련 산업에 큰 충격파로 번지고 있고 국민들 또한 깊은 우려를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확대되었다. 지난 6월 25일 국회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호기롭게 일본 보복 문제에 언급했다.
"일본의 보복성 조치가 나온다면 거기에 대해 가만있을 수는 없다" 그리고 강제징용 판결 직후인 1월 초부터 범정부 경제분야 TF를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 말에 많은 분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면 그렇지, 정부에서는 이미 대응책을 마련해 놓고 당당히 맞서 일본의 콧대를 눌러줄 거야” 그러나 강경화의 손에는 이렇다 할 카드는 없고 이 엄중한 시기에 아프리카 순방일정을 소화한다며 장기간 자리를 비웠다. 고작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다는 것이 대책이라니 이렇게 한심할 수가 있는가. 복잡한 논의 과정을 거쳐 WTO해법이 도출되기 까지 수개월이 될지 수년이 걸릴지 모르고, 그 결과가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도출되리라 담보된 바도 없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품은 우리 경제의 핵심 품목이다. 그런데 기업의 제조공정에 쓰이는, 세계시장에서 일본이 압도적 장악력을 가지고 있는 3개의 핵심소재 공급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적기공급체계(Just in Time Delivery)에 최적화 되어 있는 공급시스템에 급소를 찔리는 것과 같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청와대에 시선이 쏠리고 있지만 그 역시 손에 쥔 히든카드는 딱히 없어 보인다. 마치 공공의 적으로 내몰던 대기업인 30여 명을 불러 수입선 다변화, 원천기술 확보, 부품소재 국산화 등을 주문했다는데 실소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들이 몰라서 안하고 있을까. 국산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다년간의 연구개발 시간이 요구된다는 점과, 지나친 환경규제와 주52시간 근로제를 획일적 적용으로 인해 출퇴근시간 마저 경직되어 손발 묶인 기업에 유연성과 창의력이 제대로 발휘되겠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의 사태는 과거 역사에 매몰되어 미래발전을 위한 대일협력관계를 파국으로 몰아 온 외교 갈등의 결과이니 대통령과 정부가 책임을 지고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사태다. 기업을 앞세우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기업은 뒤로 빠져서 주도면밀하게 대응책을 준비하는 게 옳다. 한미일 3각동맹의 맏형겪인 미국의 중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지만 미국의 반응은 중립적 스탠스를 유지하며 무덤덤해 보인다. 평소 반 사드, 반미, 그리고 대북제재에 있어 사안에 따라 결을 달리해온 한국의 손을 냉큼 잡아주고 싶지 않은 것일까. 외교 최 일선의 주미대사관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왜냐면 지난 4월 한미 정상간 대화 유출사건으로 정무라인의 외교관들이 줄줄이 징계를 받거나 소환을 당하여 개점휴업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방위 외교를 통한 총력대응을 부르짖고 있지만 설상가상 움직일 손발이 없는 국면이다. 국제여론전의 최전선에서 전투를 이끌어야 할 지휘관들이 보이지 않으니 어찌된 일인가. 주미일본대사관이 이미 미국정관계 로비를 마쳐 미국의 입장정리를 끝낸 다음에야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이 미국으로 날아가 뒷북을 친 셈인데 과연 실효성이 어느 정도 있을지 의문스럽다.
무능한 정부를 탓하기 앞서 중요한 사실은 이웃나라와 불편과 갈등의 관계보다는 전략적으로 선린의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국제사회에서 더욱 강조된다는 점이다. 과거 오욕의 역사를 바탕으로 정권마다 반일 정서를 조장하며 정치체제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꼼수정치를 떨치고 자유우방 간 협력과 선린외교를 통하여 국익을 증진시키고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 소중한 교훈을 새삼 곱씹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