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작가, '시로 쓰는 한국근대사' 펴냄
신현수 작가, '시로 쓰는 한국근대사' 펴냄
  • 박성례
  • 승인 2012.03.20 2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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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작은숲'

▲ '시로 쓰는 한국근대사 1'표지
국어 선생님의 역사 수업, 생각해 보았나요?
국어 선생님의 역사 수업은 학교에서는 만날 수 없는 수업이다. 그러나 입시를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중고등학교 시험에서 요구하는 지식을 넘어서 시와 역사가 통합되고 지식과 삶이 연관된 수업이다. 그래서 교실 밖 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 안의 교사이기도 하지만 교실 밖에 살아 있는 수업을 꿈꾸는, 시인이자 국어 선생님이 시로 한국 근대사를 다시 썼다. 그 주인공은 바로 최근 ‘인천 사람과문화’ 재단을 창립하여 인천 지역의 시민운동의 멘토로도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현수이다.

이 책은 이미 나온, 시와 역사의 만남을 통해 한국사에 접근했다는 참신한 기획으로 주목받았던 ≪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사≫의 한국 근대사편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조만간 현대사 개정판을 비롯하여 조선사, 고려사, 고대사까지도 시를 통해 다시 조명해 보려고 합니다.”라면서 “쉽지 않은 작업이겠지만 시가 역사 속 사람들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시로 역사를 쓸 수 있다는 발상이 가능한 것은 시의 특성에서 기인합니다. 인간의 역사와 노동의 역사는 떼려야 뗄 수 없고 노동의 고단함과 즐거움을 위해 노래가 탄생했듯이, 노래는 곧 시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의 역사성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특히 우리 역사에서 시는 시대를 반영하고 시대를 이끈 두 가지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시는 시대의 고단함을 풀어주는 노래였고, 시대가 거꾸로 가거나 위험에 처했을 때는 시는 서슬퍼런 칼날이 되어 역사의 길을 바로 잡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시와 역사와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온 신현수 선생님이 이 책, ≪시로 쓰는 한국 근대사≫를 통해 교과서 속 외워야 할 지식에 불과했던 역사를 우리 곁에 살아숨쉬는, 노래처럼 익숙한 역사로 되살려 냈다.

교과서 속 죽은 지식을 살아 숨쉬는 역사로
저자는 머리말에서 두 가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지난해 “보훈처에서 이 책에서도 나오는 <시일야방성대곡>을 쓴 위암 장지연과 윤치영 초대 내무부장관 등 19명의 서훈을 취소”했다는 이야기이다.

이들은 “한때 독립 운동을 했지만 훗날 친일 활동을 펼친 사실이 드러나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이들이다. 그러나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독립 유공 서훈자 20명 가운데 유독 김성수 전 동아일보 사장을 제외한 이의 서훈이 박탈”한 것은 공교로운 일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일은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했던 이만열, 서중석 교수 등의 역사학자들을 독립 유공자 서훈 공적 심사위원회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이 사건의 배후에는 국가보훈처장이 있으며, 국가보훈처장 한 사람이 바뀌었다고 해서 우리 역사에 대한 해석과 친일 행위에 대한 단죄가 바뀐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가 언급한 또 하나의 이야기는 오스트리아 유력 일간지인 데어 슈탄다르트에 실린 ‘4대강 살리기, 한국 최대의 환경 스캔들’이란 제목의 기사이다. 이 기사에서는 4대강 사업을 “오로지 건설업계만을 위한 것일 뿐, 홍수 예방, 수질 개선, 식수 확보 등 모든 부분에서 부정적일 뿐인 생태계의 참극”이라고 진단하였다.

저자는 이 두 가지 사실을 언급하며 “먼 훗날 역사는 도대체 우리가 사는 2012년, 이 야만의 시대를 어떻게 기록할까요? 혹시 모두 바보들만 살았다고 기록하지 않을까요? 이런 얼토당토않은 일이 벌어지는데도 왜 그 시대 사람들은 가만히 있었을까, 매우 궁금해 하지 않을까요?”라며 한탄하고 있다.

매년 삼일절이나 광복절이 되면 대통령이 축사를 하고 동원된 많은 사람들이 태극기 물결 속에 그날의 기억을 되살리려고 하지만, 정작 일본식 조경에 오염된 석등이 청와대에 버젓이 서 있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이 2012년의 대한민국임을 생각할 때 저자의 우려와 한탄이 기우가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해마다 기념일마다의 뉴스에서는 판에 박힌 기사의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사람들은 무감각하게 인터뷰를 내지르고 정신대 할머니들과 전후 배상 문제를 뉴스로 올리지만 정부에서 일본측에 강하게 배상을 요구했다는 뉴스를 들어보지 못했다. 어쩌면 그것은 청와대나 정부의 탓이라기보다는 우리의 무감각 탓인지도 모른다.

오늘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을 만든 사람들의 근대사
이 책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근대사의 이면도 그리고 있다. 당시 이천 만이 되지도 않았는데,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라는 가사로 불린 삼일절 노래의 오류를 지적하기도 하고, 3.1운동의 대표적 인물로 알려진 33인이 기생집인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바로 일본 경찰에 자수하여 잡혀갔다는 사실, 그리고 그 태화관이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이 살던 집이었다는 사실 등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역사적 진실을 상세하고 기술하고 있다.

작가 소개 – 신현수(시인, 현 인천부광고 국어교사)
충북 청원군에서 태어났으나, 주로 인천에서 성장했다. 공주사범대학교 국어교육과,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국어교육 전공)을 졸업했으며, 현재는 인천 부광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계간지 ≪시와 의식≫(1985년 봄호)에 ‘서산 가는 길’ 등 5편이 박희선, 김규동 시인에게 추천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서산 가는 길≫, ≪처음처럼≫, ≪이미혜≫, ≪군자산의 약속≫, ≪시간은 사랑이 지나가게 한다더니≫, ≪신현수 시집(1989-2004)≫(상, 하)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선생님과 함께 읽는 한용운≫(서울시교육청 선정 중고생 필독도서), ≪시로 만나는 한국현대사≫가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는 ≪그래, 지금은 조금 흔들려도 괜찮아≫(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등이 있다.

현재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 이사장,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상임고문, 인천문화재단 이사,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 운영위원, 인천시립봉수도서관 운영위원, 새로운학교 인천네트워크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부평신문에 ‘신현수의 걷기 여행’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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