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사고이월 예산 도내 두 번째, 사업평가 의무규정 있으나 마나
(뉴스스토리=서천)윤승갑 기자=한해 3,6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운용, 집행하는 서천군의 살림살이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법’과 ‘절차’에 따라할 혈세로 모아진 예산을 비정상적으로 전용, 부당집행 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해 넘김 사업(명시.사고이월) 예산은 전체 예산의 19.5%(2013년 최종예산 기준)를 차지하는 740억여 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경제 악화, 인구감소 등으로 삶이 팍팍한 군민들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건전재정운용을 통해 다져가야 할 서천군의 성장세를 더디게 하는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는 22일 열린 서천군의회 제1차 정례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밝혀졌다.
우선 정책기획실의 경우 지방재정법을 무시하고 명시이월 사업비를 전용해 용역 예산을 부당집행 한 사례가 드러났다.
나학균 의원은 “올해 집행된 ‘서천군 2025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용역’ 예산이 지방재정법(제47조)에 따라 전용할 수 없도록 규정한 명시이월 사업비를 전용해서 집행됐다”고 밝혔다.
지방재정법에 명시된 규정에 따라 또는 최소한 의회승인을 거쳐야할 예산이 올해 본 예산에도 수립되지 않는 등 근본절차를 무시한 서천군의 예산집행이라는 설명이다. 이 용역은 지난 7월 22일 착수돼 현재 (재)충남발전연구원이 진행 중인 상태로 예산은 1억5,870만원이다.
총무과가 지난달 25일 계약 착수한 ‘서천군 조직진단 및 재설계 연구 용역’ 예산(4,100만원)도 마찬가지다. 예산집행이 가장 비정상적으로 쓰여진 사례로 지목됐다.
이 용역은 ‘관행적 예산사용’이란 이유로 정책기획실 연구용역비 일부를 전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 의원은 “현실적인 예산확보 어려움과 외부 조직진단이 불가피한 상황은 감안되지만 그렇다고 회계법상 전용이 불가하도록 규정한 예산을 집행하는 행위는 개선되어야 한다”며 “법이나 규칙에 맞게 예산을 운용, 집행해 줄 것”을 주문했다.
명시.사고이월 사업 예산도 일부 비정상적으로 쓰여 지면서 건전재정 악화는 물론 예산의 동맥경화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노찬 의원은 “서천군의 명시.사고이월 예산이 충남도내 자치단체 중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회계법상 전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명시.사고이월 예산을 전용한 사례마저 있다”고 질타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천군 명시.사고이월 예산은 2010년 총 예산 대비 12.8%, 2011년 15.5%, 2012년 15.9%, 2013년 19.5%로 증가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에서 가장 많은 예산규모를 자랑하는 천안시와 3위 태안군이 각각 4.53%, 12.06%에 머무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박 의원은 “이는 예산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고질적인 병폐에 대해 서천군 행정이 어느 정도 허술하게 대처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해 넘김 예산 740억여 원(19.5%) 중 103억여 원(27건)은 예산지출의 원인을 알리도록 한 ‘지출 원인행위(계약)’를 하지 않거나 일부만 한 채 사고이월 사업 예산으로 넘기는 ‘제멋대로 행정’을 펼쳐왔다고 질타했다.
‘예산만 확보하고 보자’식의 행정의 안일함이 주민 혈세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명시.사고이월 예산을 눈덩이처럼 불려 예산의 동맥경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명시.사고이월 예산 과다 증가는 ‘사업평가’라는 의무규정조차 지키지 않는 행정의 안일함과 업무연찬 부족 등이 배경이 된다”며 “개선과 사업평가 강화라는 선언적 개선의지에 그치지 않도록 이월액이 많은 부서의 페널티 부여방안 등 특단의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