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전당대회에서 문재인 대표와 나란히 선출된 1위 주승용, 2위 정청래, 3위 전병헌, 4위 오영식, 5위 유승희 최고위원 가운데 2명이 사퇴했거나 사퇴를 고심하고 있고, 이에 이종걸 원내대표까지 이날 ‘당무 거부’를 함으로써 문재인 대표가 이끄는 지도부는 절반을 잃은 꼴이 되고 말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인 이종걸 원내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이 7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문재인 대표의 독단적 당 운영과 관련 불만을 제기하며 그에 대한 분명한 항의 표시로 이날 최고위원회에 불참함으로써 ‘당무거부’라는 초강경 수를 선택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그간 국정감사와 2016년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이끌면서 국회 원내에서 그야말로 치열하게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싸웠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발 당내 내홍이 이같은 공과를 모두 묻어버렸고 원내 활동이 거의 끝난 시점에선 오히려 이종걸 원내대표 역시 묵묵하고 말없는 성격탓에 ‘모든 걸 내준 빈손 야당’이라는 언론플레이까지 덧씌워졌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모든 것을 내줬다면 노동개혁 5대 법안이나 경제활성화법, 여당 주도의 선거구획정 등의 쟁점 사안들 역시 여당의 승리로 오는 9일로 끝나는 정기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청와대 ‘심기’만 바라보는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은 위의 법안들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제대로 처리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청와대로 불려 들어갔다. ‘심기’가 부른 것이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이들 핵심 쟁점 법안들을 홀로 쥐고 있는 것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분기탱천했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 사이에 어떻게 해서든 중재를 해보려 “이번엔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에게 따스하게 외투를 입혀주시라”고 주문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해봐야 돌아오는 것은 이런저런 험담과 냉랭한 문재인 대표의 무반응뿐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이종걸 원내대표의 행보에 대해 ‘혁신전대 최후통첩’을 측면지원하면서 문 대표를 압박하려는 차원이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이는 한참 모자라는 해석으로 보인다. 주승용 최고위원도 이종걸 원내대표와 나란히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지만,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미 이날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아 문재인 대표에게 강한 불만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반발은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 카드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주승용 최고위원 역시 이미 공식적으로 사퇴를 선언한 오영식 최고위원에 이어 ‘공식 사퇴’를 심각히 고민 중이다.
특히 주승용 최고위원의 경우 조만간 거취 문제를 최종 결심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오영식 최고위원이 이미 사퇴한데에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반발에 이어 주승용 최고위원까지 겹친 당의 지도부는 그야말로 사분오열이 아닐 수 없고, 7일 오후엔 ‘구 민주당 시도당 위원장들’ 33인이 탈당을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이미 와해 위기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가 열리던 시각에, 안전과 인권보장을 위한 대테러대책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를 주재했고 대테러대책TF 회의가 끝난 직후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날 최고위 불참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당의 분열이 일치로 가도록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당의 미래와 총선 승리를 위해 가닥이 잘 잡히길 기대하며, 당내 문제는 좀 상황을 봐가면서 판단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어 지난 2012년 12월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안철수 전 대표가 대선 후보를 양보하며 유세현장에서 목도리를 걸어준 것을 상기하고 “추운 겨울을 맞아 (이번엔)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에게 따뜻한 외투를 입혀줘야 한다. 많은 걸 갖고 있는 분이 더 많이 내려놓고 당의 승리를 위해 함께 해야 한다”고 당의 화합을 강조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향후에도 계속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새정치민주연합 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가 개회 의결정족수(5명)에 이르지 못하자 회의 시작을 약 15분 정도 늦추고도 회의 도중 자리를 뜬 최고위원들을 급히 다시 부르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문재인 대표 역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종걸 원내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 불참한 것’을 두고 “주승용 최고위원은 우리 당이 분열되지 않고 하나로 단합할 수 잇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종걸 원내대표는 참석할 계획이었다가 다른 일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