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발이란 신을 신이 없어 맑은 날에도 나막신을 신는다는 뜻으로, 가난한 선비를 낮잡아 이르는 말로서 동명의 수필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수필속에서 묘사된 딸깍발이는 겉모습은 퍽 초라하고 궁상맞아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존심이 강한 청렴개결한 선비로 표현되어 있다. 이런 그들의 꼬장꼬장하고 강직한 모습이 현대에는 다소 적합하지 않을 것 같지만 오히려 나는 요즘 들어 ‘남산(南山)골 샌님’의 의로움과 강직함이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매번 뉴스를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도 이런 ‘딸깍발이’ 정신이 부족해서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남들도 다 하는 건데.’ 라는 안일한 생각과 부정한 행동에서 비롯된 부정과 부패의 꼬리 물기는 매번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꾀죄죄하고 초라하다고 업신여긴 남산(南山)골 샌님처럼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의기와 강직함을 지키고자 한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깨끗하고 청렴하게 바뀌지 않을까? 그야말로 ‘딸깍발이 정신’이 재조명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요즘이다.
평소 감사팀장으로 있으면서 여러 직원들과 다양한 윤리적 딜레마의 사례 상담을 하곤 한다.
그 때마다 내가 직원들에게 해주는 조언은 ‘원칙과 기준에서 벗어나면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업무를 하다보면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때도 있고 이미 관습처럼 굳어져 고치기 쉽지 않은 경우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업무적 융통성의 범위는 우리가 지켜야할 규칙 안이며 이를 벗어날 경우 그것은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는 오점이 된다.
기준과 원칙에서 벗어난 일에 대해서는 자신의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았던 딸깍발이의 정신처럼 청렴경영은 곧 원칙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고 새로운 것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만연한 현대에 다시 한 번 우리의 오래된 자랑인 ‘딸깍발이’를 되새겨 보고 싶다.
자신의 신념을 몸소 실천한 딸깍발이처럼 원칙과 기준에 충실 하는 ‘딸깍발이 세상’이 되어 앞으로 더욱 청렴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