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토리=박귀성 기자)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희생자들의 추모와 이를 기념하기 위해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한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가 비를 맞으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제창했다.
반면 이와는 반대로 정부측 대표격으로 참석한 최경환 국무총리대행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함께 부르지 않는 모습으로 일관해 정치권과 현재의 정부간에 존재하는 대립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줬다.박근혜 대통령과 국가보훈처 등 정부는 이미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북한에서 이 노래를 악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 기념식에서 제창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었다.
즉, 정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형식으로 합창단만 부르고 참가 인원은 부르지 않는 공연 형식으로 결정했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같은 정부의 입장에 대해 최고위원회의와 원내대책 회의 등 당내 지도부가 번갈아 가며 노골적인 반발과 대정부 비판을 곁들였다. 이날 문재인 대표 등은 지도부에서 결정한 대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목소리 높여 제창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인사에 따르면 지도부는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 지난 15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정부 주최의 기념식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표 옆에 있던 김무성 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때는 문재인 대표와 나란히 서서 합창단의 노랫소리에 따라 큰 목소리로 제창하는 ‘(정부와 분리된) 나홀로 제창’의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지난 청와대 3자 회동 때 “나 혼자라도 크게 부르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행사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소감’을 묻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북에서 악용했다고 해서 우리가 못 부른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과거 제가 민주화 투쟁할 때 하루 10번 넘게 이 노래를 불렀는데, 그 노래 가사 중에 어디에도 종북 내용은 없다. 우리들이 민주화 투쟁할 때 주제가였다”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어 ‘임을’을 제창할 수 없게 결정한 국가보훈처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어제 국회의장과 밤늦게 이 문제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다”며 “이것은 제창돼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정의화 의장도 말했다) 전했다.
김무성 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기념식에서 공식적으로 제창할 수 있도록 하는 해법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설득하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문재인 대표 역시 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정부는 5·18의 위대한 역사를 지우려고 한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북한과 연관시켜 5·18을 이념으로 가두고, 지역적으로 고립시키려는 것”이라고 박근혜정부를 맹렬히 비판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어 “5·18은 민주주의의 꽃으로 우리나라의 역사와 정치를 바꿨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많은 훼손이 있기는 했지만, 5·18 정신의 힘으로 (지금) 이 정도의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의미를 재삼 곱씹었다.
한편, 이날 박근혜 대통령 대리 자격으로 5·18민주묘지를 방문한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등 정부측 인사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5월의 노래’가 울려 퍼질 때는 최경환 총리대행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다른 참석자들과는 달리 아예 자리에 앉아버렸다.
새누리당 광주시당의 한 간부는 “오늘 5·18 기념식에서 여야 대표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게 너무 보기 좋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왜 이렇게 막힌 소통으로 일관하는지 모르겠다”고 이날의 소감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