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교육지원청(교육장 조민행)에 따르면 지난 29일 이른 아침 익명을 요구한 50대 남자가 찾아와 급하게 메모지와 편지봉투 하나를 남기고 갔다는 것.
봉투에는 한 장의 편지와 함께 5만 원 권으로 현금 400만 원이 들어있었다.
'여러 기탁처 중에서 교육청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진 그는 400만 원의 현금 전액을 불우학생들을 위해 사용해달라고 당부했다.
동봉 된 편지에서 ‘힘들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 남들 공부할 시간에 힘들게 있을 했다.’는 그는 ‘먹고 사는데 급급해 잠시 숨을 고르다보니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 원망스럽고 자신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라고 적혀있었다.
편지의 말미에서 그는 ‘가난하고 힘든 학우들을 위해 써주기를 바란다.’면서 자신이 누구인지는 묻지 말아달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조민행 교육장은 “편지에서 느껴지는 나눔과 배려의 마음이 이른 아침부터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면서 “이번 장학금이 지역의 어려운 학생들에 큰 도움이 되어 학생들이 미래의 긍정적인 사회구성으로 거듭나는데 큰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아래는 얼굴 없는 기탁자의 편지 전문이다.
이제야 저의 어린시절은 되돌아 봅니다.
힘들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 일찍 돌아가신 울 아버지 때문에 남들 과외 공부하는 시간에 홀어머니 뒤를 따라 다니면 산모퉁이 쪽밭의 풀을 매고 다락논에 물을 품어 올리느라 두레박질을 힘들게 했습니다.
먹고 사는데 급급해서 헐떡이며 가쁘게 앞만 보고 달음질쳐와 잠시 숨을 고르다보니 문득, 가난이 원망스럽기만 하던 옛날이 떠올라 내 어린 시절보다 더 힘들고 고달퍼서 구겨진 마음으로 그저그저 어찌어찌 살아가는그들 중 불특정한 한 아이에게 만이라도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고 싶네요.
주운 것도 아니고 로또의 행운도 아닙니다.
사업수단 좋아서 대박을 터뜨린 것도 아닙니다.
도둑질 아니하고 거짓말 아니하면서 열심히 살아온 갚아야 할 빚도 없는 제 마음의 여유입니다.
앞으로도 더 애쓰겠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 없는 훗날에라도 그들이 커서는 나보다 더 밝은 세상을 위해 살겠죠?
가난하고 힘든 어린 학우들을 위해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가 누구인지는 묻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