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충남 서천군에서 소위 ‘빵집 살인사건’의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5월 15일 오후 2시께 충남 서천군 소재 한 빵집에서 60대 남성에게 칼에 찔린 50대 여성이 사망했다.
60대 남성은 범행 장소에서 1~2Km 떨어진 인근에서 본인이 타고 다니던 차량에 휘발류 등을 뿌리고 자살했다.
이 과정에서 60대 피의자를 검거하려다 분신을 시도하는 것을 보고 제지하던 경찰관 2명이 부상으로 충북 화상전문병원에서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차량에 불이 붙자 인근 빌라에 거주하던 이수지(31세, 여성)씨가 소화기를 들고 진화에 나섰다.
해당 사건이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지만, 경찰관의 부상은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는가 하면, 화재 진압에 나섰던 이수지 씨는 언론 등의 눈길에 띄지 않았다.

당시 서천경찰서 서림지구대 소속 나동균 경위와 신임 이시흔 순경은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순찰차로 피의자 차량을 막아섰다.
나 경위는 운전석으로 이 순경은 조수석으로 각각 이동하면서 60대 피의자가 몸에 휘발류 등을 뿌리자 이를 제지하기 위해 뛰어 들었다.
피의자 차량 안에서부터 불길이 솟구쳤다.
나 경위와 이 순경은 화상으로 얼굴을 비롯해 상의와 하의 옷이 타들어가 속살까지 화상을 입게 됐다.
그 사이 인근 빌라에 거주하던 이수지 씨는 집에 일이 있어 들렀던 길에 아래층에서 폭발소리를 듣고 집에 있던 소화기를 들고 뛰쳐나와 진화에 나섰다.
“폭발 소리와 차량에서 불이 나고, 경찰관 2명이 옷 등에 불이 붙어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도시가스 배관까지 번질 것 같아 우선 화재진압을 위해 나가게 됐다”는 이 씨의 말이다.

“소화기를 처음 사용했지만, 아버지가 의용소방대 활동을 하며 화재진압 등에 대한 얘기를 평소에 해주셨던 것이 떠올랐다”는 이 씨는 당시 ‘처음에는 차량에 사람이 있는 줄도 몰랐고, 단순 차량 화재’로 알고 있었다는 것.
화상을 입은 나 경위와 이 순경은 뒤이어 소화기와 양동이에 물을 받아 화재진압에 가세한다.
이날 나 경위와 이 순경, 이수지 씨의 활약으로 대형화재까지 번지는 상황을 막았다.
우리는 사회의 이상적 가치를 실현하거나 그 가치를 대표할 만한 사람이나 지혜와 용기가 뛰어나 대중을 이끌고 세상을 경륜할 만한 인물을 ‘영웅’이라고 말한다.

나 경위와 이 순경의 경우 경찰관이라는 직업에 따른 당연함으로 여겨질 수 있겠지만, 당시 상황을 되돌려 보더라도 ‘사명감’을 넘은 용기를 보여줬다는 것에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 이수지 씨 역시 ‘구경꾼’으로의 방관이 아닌, 직접 뛰어드는 용기로 공공의 위험을 방지하는 역할은 우리 사회에 ‘영웅’으로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11일 홍완선 서천경찰서장이 서림지구대에서 이수지 씨에게 화재진압 유공에 대한 감사장을 수여했다.
이 씨를 비롯해 나 경위와 이 순경의 사례가 어떤 이유에서 막히고, 걸러지는지 아쉬운 대목이지만 뒤늦게나마 이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