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핵심소재 개발의 현주소, 그리고 방향
반도체 핵심소재 개발의 현주소, 그리고 방향
  • 한경석
  • 승인 2019.08.1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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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석 한국폴리텍대학 경영학 외래교수
한경석 한국폴리텍대학 경영학 외래교수

요즘처럼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경우가 있었던가.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규제로 인해 온 나라가 들끓고 우리 산업과 경제에 대한 우려가 현해탄의 파고만큼이나 험난한 와중에 정치권에서 대기업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대기업이 국산 소재를 사주지 않아 우리의 소재 부품산업이 설 자리를 잃었는가. 반도체의 회로 성형과 유사한 제조공법으로 생산되는 전자회로기판(PCB : Printed Circuit Board) 산업에 25여년을 종사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IT 및 전자기기에 필수부품인 PCB는 동박적층판에 최소 1~2micron, 즉 1mm를 1/1,000로 나눈 크기의 회로 폭을 성형시켜 고배율 확대경으로 검사하게 되지만, 실리콘 웨이퍼에 성형하는 반도체 회로는 다시 1/1,000로 나눈 미세한 회로 폭을 구현함으로서 전자현미경으로 비로소 관측할 수 있는 초미세 나노 회로가 성형된다. 이 극세 회로를 성형하는데 필수 소재가 바로 포토레지스트와 고순도불화수소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소재부품에 대한 외면은 오늘날 일본 소재부품의존으로 이끌었고, 이는 상생의지 부족 및 단기이익 추구 등과 무관하다고 단언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정관계의 대기업 책임론 제기에 앞서 우리 산업의 구조와 기업 환경에 대한 분석 및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소재부품 품목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시장규모가 작고 기술개발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뿐만 아니라 냉담한 사회적 분위기가 기업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해왔다. 또한 한 국가가 쉽고 싸게 개발 생산할 수 있는 제품에 특화하여 다른 제품에 특화하고 있는 국가의 제품과 교환하는 것이 경영학에서 말하는 전통적 ‘비교우위전략’ 이고 보면, 국제 분업체계 하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높은 세계시장 점유율을 유지해온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또한 사회 지도층이나 시민단체의 인식은 어떠했는가. 최근 “일본 기술패권에 휘둘리지 않겠다. 소재부품의 수입처 대체와 원천기술 도입,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금융지원 등 기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을 다하겠다.” 라고 언급하며 부랴부랴 소재부품개발을 역설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인식의 단면을 들여다보자.

2012년 대통령 후보시절 구미의 한 화학공장에서 사상자가 발생하는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했는데 사고 열흘이 지나서 현장에 내려가 방진마스크를 쓰고 말라죽은 고추를 들여다보는 사진과 비평은 필요이상의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시민 환경단체의 도를 넘는 비판은 불산 괴담으로 이어지기에 충분했다. 화학물질 연구개발 혹은 제품생산은 공공의 적으로 인식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어느 기업이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매진하겠는가.

화학제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제조 및 관리과정에서의 안전 불감증 문제, 즉 취급과 관리상의 인재였음을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글로벌 화학기업 ‘멕시켐’은 2012년 전남 광양에 연간 대규모 생산능력의 불화수소 공장을 건설하려고 했지만 환경단체, 지역 정치인 등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포기했다. 구미 불산 누출사고 등을 계기로 화평법(화학물질 등록 평가법)과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이 정비 강화되었는데 유럽보다 엄격한 2중 3중 환경규제 하에서 ‘소재국산화’라는 정부의 독려는 공허하기 이를 데 없다. 핵심 소재부품국산화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화평법이 제정될 때 기준으로 삼았던 유럽연합(EU)의 법규보다도 더 까다로워 기업의 사업의욕을 꺾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자. 따라서 글로벌 표준으로의 완화 검토가 우선일 것이고 이어 정부 시책과 효용성 있는 장려책이 뒤따라야한다. 다시는 지지 않겠다며 죽창 들고 거들먹거릴 때가 아니다.

첨단 소재와 전략물자 개발 및 상업화는 기초과학에 대한 장기적 안목의 투자와, 시장성을 담보할 대기업의 직간접 참여, 전략적 협력, 그리고 사회 시민단체의 이해와 배려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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