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죄책감 부추기는 사회
(육아일기) 죄책감 부추기는 사회
  • 최현옥
  • 승인 2011.09.24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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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옥의 육아일기...33번째 이야기

지난 명절, 친척분이 둘째 아정이를 보고 자연분만을 했냐고 물었다. 나는 ‘제왕절개’라고 답하고 아이에게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숨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자연분만의 장점은 입이 아프게 잘 알고 있다.
각종 매스컴을 통해 홍보되는 대로 제왕절개 수술이 아이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잘 알기에 자연분만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었다.
그러나 나의 노력은 결국 물거품이 되었다. 아이를 출산 후 여러 가지 미묘한 감정들이 뒤엉키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제왕절개를 한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감정은 비슷하다. 제왕절개를 한 엄마들은 출산일이 가까워도 아이가 거꾸로 서있거나 골반이 아이 머리보다 작거나 임신 중독이 있었거나 등등 수술을 할 수 밖에 없는 자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수술로 아이를 출산한 엄마들은 아이에게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죄책감을 갖는다. 엄마로써 여자로써 해야 할 일을 못한 것 같은 느낌말이다.

모유수유를 못한 엄마들의 죄책감 역시 만만치 않다. 각종 매스컴에서는 ‘모유수유는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며 떠든다.
정말 많은 엄마들이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기 위해 각종 노력을 한다. 젖이 잘 나온다는 음식을 찾아먹고 시간을 맞춰가며 유축을 한다.
그러나 수유 량이 부족하거나 젖몸살이 심하거나, 이런저런 특수사항으로 수유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아는 지인도 정보부족으로 수유를 못했는데 아이들이 성장한 후에도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에게 갖는 엄마들의 죄책감, 위의 사례는 시작에 불과한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아이의 성공조건 3가지는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무관심 그리고 할아버지의 재력이라고 한다.

아이가 성장할수록 엄마의 어깨는 점점 무거워지는 것 같다. 엄마로써 사는 게 힘든 사회.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깨진 독처럼 뭔가 항상 부족함을 느끼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가 그 어깨를 더 무겁게 만드는 것 같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 엄마가 된다는 것은 많은 희생을 담보로 한다. 임신의 기쁨도 잠깐, 입덧을 시작으로 10달 동안 부른 배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잠을 줄여가며 수유를 해야 하고 각종 집안일에 시달린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의 고통은 배가 된다. 슈퍼 맘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 사회는 충분조건만 생각하는 것 같다. 일부 매스컴에서 보여주는 일하는 엄마들의 성공적인 육아 스토리는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든다. ‘정말 저렇게 완벽한 엄마가 존재할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나는 뭔가 부족한 엄마라는 느낌이 든다.

난 가끔 아이들이 성장한 후, ‘나를 어떤 엄마로 기억해 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회의 잣대로 부족한 엄마일지는 모르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너희들을 사랑하며 키웠다 말해주고고 싶다. 세상의 엄마들은 다 그렇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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