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열정, 앎의 즐거움으로 화답 받아요
배움의 열정, 앎의 즐거움으로 화답 받아요
  • 권양례
  • 승인 2018.05.28 0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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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찾아가는 행복서천 문해교실 ‘서면 면민의집 소망반’ 편
언제나 ‘맑음’인 권양례씨.

“오늘 늦은 오후까지 중부 서해안을 중심으로 안개가 더 짙게 끼겠습니다.”

찾아가는 문해교실 서면 면민의집 소망반 권양례(80) 학습자를 만나러 가는 길. 차안에 켜진 라디오에서는 일기 예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일기 예보 대로 답답하게 안개가 잔뜩 낀 거리는 마치 문맹으로 살아온 권양례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예측이라도 하고 있는 듯 했다.

“진짜 답답했죠.”

‘한 평생 글을 몰라서 오늘 날씨만큼이나 많이 답답했겠다.’는 기자의 질문에 권씨는 아무 설명 없이 짧게 대답한다. 권씨의 단답형 대답을 들었을 때 음성에서 글을 몰랐던 시절에 대한 사무침이 느껴졌다. 음성으로 들었을 때 전해지는 깊은 울림을 글로 옮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까.마' 글자를 들어 보이는 권양례 씨.
'까.마' 글자를 들어 보이는 권양례 씨.

권씨는 인터뷰 하는 내내 ‘난 암 것도 몰랐다.’고 그동안의 답답함과 모름에 대한 자기 고백적인 말을 자주 했다. 권씨가 그렇게 자신의 모름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비워냈기 때문에 한글에 대한 배움의 열정이 시작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면 면민의 집에서 문해 교실이 시작 된지는 어느덧 10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권씨는 그동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학습소에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었다고 한다. 현재 문해 교실에 다니기 시작한지는 2년이 조금 넘었는데 한 번도 결석 하지 않고 꾸준히 출석, 한번 타오른 배움의 열정은 개근상이라는 값진 선물을 권씨에게 안겨주었다. 심지어 권씨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가족 해외여행도 마다하고 한글공부를 택할 정도이다.

그런 권씨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현재 앎의 즐거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글을 소리 나는 대로 잘 쓰지는 못하지만 이름 석 자 쓸 수 있는 것에 고맙고 버스도 마음대로 탈수 있어 행복하단다. ‘뉴스를 보다 아는 글자가 나오면 반갑고 이제는 대학생 부럽지 않다’며 미소를 짓는다.

문해교실 숙제를 보여주는 서면 면민의집 소망반 학습자들
문해교실 숙제를 보여주는 서면 면민의집 소망반 학습자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자녀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고 든든한 지원자가 되고 있다. 권씨가 한글을 배우며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누구라도 좋으니 편지왕래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권양례씨와의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담백한 그녀의 말들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모름, 답답함, 앎, 감사, 고마움, 행복.’

어느덧 안개가 개고 있었다.

권양례 씨의 글.
권양례 씨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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